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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반도체/기사 정리

인텔 파운드리사업 아직 미미, 삼성전자와 TSMC 양대산맥 유지 굳건

by 성공으로 만들자 2020. 5. 14.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이어 글로벌 1위 반도체기업 인텔을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자로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양대산맥 구도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텔이 기존 기업들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파운드리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다 기술 유출 우려와 같은 장애물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인텔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사업을 수행하지만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에서 파운드리사업은 기타부문(All other)으로 분류된다. 인텔은 1분기 전체 매출 198억2800만 달러를 냈는데 기타부문 매출은 6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파운드리사업이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인텔이 이처럼 규모가 작은 파운드리사업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객사가 요구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인텔은 그동안 중앙처리장치(CPU) 등 자체 반도체를 바탕으로 반도체업계 1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자체 반도체에 특화한 공정만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반도체를 수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포브스는 “인텔은 자체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TSMC와 다르다”며 “파운드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용 센서, 통신모뎀 등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폭넓은 공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문제는 인텔이 현재 파운드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선도기업들은 생산시설을 넓히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TSMC도 올해 17조~18조 원 수준의 설비투자(CAPEX)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텔은 최근 CPU 공급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파운드리보다 자체 반도체용 공정을 확대하는 쪽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017~2018년 일부 생산라인을 10나노급으로 전환했지만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등에 문제가 생겨 14나노급 공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PC 제조업체 등에 충분한 CPU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파운드리 경쟁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미세공정 수준에서도 삼성전자 등 선도기업과 비교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은 2019년이 돼서야 10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TSMC가 2019년 7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했고 현재 5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기술 유출 우려’ 역시 인텔이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로 꼽힌다. 인텔은 종합반도체(IDM)기업으로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제품을 생산을 맡기기 앞서 기술 유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반면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표어를 내세우며 순수하게 파운드리 사업만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같은 종합반도체기업이지만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리하는 등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이는 데 힘써 왔다. 인텔이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꾀해도 삼성전자와 TSMC의 입지가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다만 기존 기업들이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요소도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갈등 및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도체 자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인 인텔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제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정부 지원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TSMC는 1987년 대만정부의 출자로 설립됐다.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인 일본 르네사스는 2013년 경영위기를 겪을 당시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로부터 1400억 엔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실제로 인텔은 미국정부와 논의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등 파운드리사업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상용 파운드리를 운영해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 미국과 인텔에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인텔은 파운드리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TSMC에 뒤처지고 있다”며 “인텔이 국방 및 상공 관계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반도체를 국내에서 만들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파운드리 게임’에 다시 참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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