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11일 서울 엘타워에서 ‘시스템 반도체 융합얼라이언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 대·중소기업의 상생 발전과 수요 연계를 강화하고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기 위한 행사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다 보니 이보다 1.5배 시장규모를 가진 시스템 반도체는 취약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팹리스 업체와 수요대기업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수요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때 구축된 플랫폼이 전자부품 융합 얼라이언스 2.0으로, 정부, 반도체 수요·공공기업, 연구기관 등 25개 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로 성사됐으며, 현재 회원사는 173개에 이르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얼라이언스 2.0 관련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연사로 나서 시스템 반도체의 발전 방안을 제안하고 기술 정보를 공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전자부품연구원, 대한전자공학회 반도체 Society가 주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함께 헤쳐나가자”
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주관 책임을 맡고 있는 동국대학교 송민규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수요기업과 팹리스 기업 간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송민규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법무부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수요기업과 협력대상 기업 관계자가 발표할 예정”이라며, “연사들의 발표 내용이 참석한 시스템 반도체 관련 기업과 기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개발 경험을 살려 수요기업과 팹리스 기업을 잘 연결하고 훌륭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정열 산업정책실 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했으며 메모리 가격도 하락해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학계, 연구기관,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우리나라가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유 실장은 “시스템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소자”라며,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결코 특정 기업의 차원에서 헤쳐나갈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신시장 창출을 위해 기업 간, 그리고 산업 간 유기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이종욱 위원은 ‘2020년 글로벌 IT 전망’을 분석하며 2020년의 최대 화두는 5G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신사들은 LTE보다 싼 5G 무제한요금제를 소비자에게 내놓고 있으며, 제조사들도 재료비가 많이 올랐지만 이를 핸드폰에 모두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 이종욱 위원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소비자에게 5G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이유는 그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5G 시대에는 20배 빠른 데이터 속도로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며, 지연속도가 최소화되면서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앞당겨질 수 있다. 대역폭이 넓어지고 커버리지가 커지면서 IoT를 무한대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세상이 열릴 것이다.
결국 통신사와 제조사가 2020년에 IT 업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5G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는 고가 5G 스마트폰의 수요를 자극하고 이와 연관된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3년 동안 하락세에 있던 스마트폰 매출이 내년에는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5G 스마트폰이 2억 2000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밖에도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바닥을 지났으며 마진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종욱 위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의 재고가 분기별로 빠지고 있는데 그 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 최소한 내년 1분기 말에는 이 분야 전반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 투자는 아직 제한적이라 2020년 재고 상황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계획의 상향조정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삼성파운드리 마케팅 부문 송용하 그룹장은 시스템 반도체 발전을 위한 파운드리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14억~15억 대 정도에서 포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약 7%의 성장세가 예측된다. 기존의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반도체 비용은 약 440달러(약 52만 원) 정도이며, 전기차는 687달러(약 80만 원) 정도다. 약 5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수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자율 주행 레벨로 올라감에 따라 더 많은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트렌드는 일부 기능만이 아닌, 고도로 시스템화된 칩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증하길 원한다.
삼성파운드리는 3가지 솔루션에 기반해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프로세스 기술이다. 현재 EUV 공정을 넘어서 GAA 공정 기술을 연구 중이며, 28nm FD-SOI 기술로 저전력 성능을 만족하는 등 차별화 공정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는 디자인 인프라로 많은 업체들과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협력 중인 상황이다. 마지막은 고성능 패키지 기술 개발이다.
이외에도 국내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송용하 그룹장은 “파운드리가 기존에는 단순히 실리콘을 구워주는 역할만 했으나, 디자인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팹리스 업체들과 밀착해 협업하지 않으면 제조가 어려운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허영 부이사장은 데이터 중심의 의료로 시스템 반도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영 부이사장은 헬스케어 산업이 제조와 서비스가 초융합된 독특한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데이터 수집, 플랫폼, 데이터 해석 세 가지로 분류되며, 현재 국내에서 주로 진행되는 R&D는 데이터 처리와 폼팩터 소형화라고 소개했다.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6%의 성장세를 보이며 특히, 체외 진단장비는 무려 2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허영 부이사장은 “이번 시스템반도체 융합 얼라이언스에서 MPW나 IP 라이브러리 공유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현재 3000여 개의 의료 장비 기업 중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보이는 회사는 수십 개뿐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허영 부이사장은 “국내 의료장비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치과 분야에서는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도 있다. 3D 프린트와 같은 분야에서 치과 분야를 유망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의료, 헬스케어는 치료보다는 예방에 집중한다. 허용 부이사장은 “스마트 헬스케어를 활용한 질병 예방·관리를 통한 국가 건전성 확보가 필요한 때다. 아직은 규제적인 한계가 존재하지만, 지금이 향후 10년간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부산테크노파크 김동수 센터장은 4차 산업의 발달과 함께 고효율 파워반도체가 상당히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수 센터장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은 가전제품이 활성화됨에 따라 고효율 반도체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SiC(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수 센터장은 “SiC 반도체는 열전도도와 밴드갭이 기존 Si 반도체에 비해 3배 가량 높고, 상당한 고온(200도)에서도 동작할 수 있으며, Si 반도체 대비 면적을 1/5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200KW 출력에 15kg의 엔진을 탑재하는 전기차에서 SiC 반도체는 Si 반도체 대비 인버터 무게를 43%, 전력손실을 73%까지 줄일 수 있다.
SiC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산테크노파크는 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과 연계해 파워반도체 연계산업 종합 육성을 위한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4대 핵심 분야는 파워반도체 소재, 파워반도체 소자, 파워반도체 패키지·모듈, 파워반도체 신뢰성 평가 등이다.
김동수 센터장은 “올해 SiC 반도체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기업군도 육성할 계획이며, 2024년부터 우리나라가 파워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3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김성혁 팀장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스마트폰에 대해 소개하며, 센서 솔루션과 관련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모션센서를 공급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 2~3곳뿐이다. 모션센서는 물리적이며 미세한 센서로 실제로 부품이 움직이면서 값을 측정하지만, 조립 편차나 초기 설정값에 따라 실제 측정치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예전엔 각기 다른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나침반을 실행하면 전부 다른 방향이 북쪽이라고 가리켰다. 스마트폰에 집적되는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이런 섬세한 성능 조정을 시스템 레벨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김성혁 팀장은 설명했다.
모바일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터치스크린, 베젤리스, 히든 카메라, 5G, 폴더블 등 다양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폴더블의 경우 내부 조립도 새롭게 해야 하고, 메탈을 통과하지 못하는 5G 신호로 인해 소재 분야에도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김성혁 팀장은 “개발이 고도화될수록 사용자가 결과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단위에서 기기의 정밀도를 관리해야 하며, 시스템 레벨에서의 아키텍처에 따라 작업 방식이 결정된다.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를 만드는 기기가 아닌 정보를 주는 시스템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스템 단위에서의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서정도 팀장은 “자율주행과 함께 모빌리티의 발전이 가속화됨으로써, 결국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E/E(Electric/Electronic) 아키텍처의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돼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제어기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구성·공급하고 있으며, 제어기 플랫폼은 고성능 제어기와 시스템 제어기로 나눠질 것으로 예측했다. 고성능 제어기는 각종 기능을 통합해 복잡도를 관리하고, 개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는 역량 증진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시스템 제어기는 기능을 단순화해, 사업 간 기준을 공용화·표준화함으로써 품질을 확보하고 원가 상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서정도 팀장은 “현재 완성차 업체는 어느 부분까지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95% 이상을 차지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더욱 고성능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발비와 재료비가 치솟게 된다. 공정 방식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비가 전체 개발비의 30~40%를 차지해, 완성차 업체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도 팀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5%도 되지 않는다. 원가 최적화를 위한 차량용 저전력 반도체 기술 또한 국내에는 전무하다. 향후 늘어날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윤형봉 사무관은 앞으로 5G 기술에 기반해 범죄를 예방하는 맞춤형 AI 전자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장치부착법에 근거해 성범죄자,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범에게 전자발찌를채우고 있다. 윤형봉 사무관은 “전자발찌를 채웠다고 범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전자발찌를 채웠더니 범죄율이 7배 가량 하락했다”며 전자발찌의 효과를 강조했다.
현재의 전자발찌는 평면적인 위치정보로 전자발찌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보호관찰관이 전자발찌 대상자를 일대일로 만나 면담하며,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의 범죄 위험도를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범죄는 단순히 과거 행적을 추적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윤형봉 사무관은 “보호관찰관이 일일이 전자발찌 대상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로 이들을 통제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전자발찌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차원을 넘어 보호관찰관에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정보와 필요 행동을 알려줌으로써 범죄징후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무선충전, 저전력 기술, 배터리 집적 기술 등 전자발찌 초소형화와 생쳬인식, IMU 센서, AI 정밀측위, 5G 모듈 등 수집정보 최대화를 실현해야 한다.
윤형봉 사무관은 “결과적으로 이런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부터 5G 기반 전자감독 사업을진행하려 한다. LTE 기반의 정보보안 소프트웨어를 5G 기반에 맞추는 등 장비 선진화를 위해 반도체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전자감독 시스템은 반도체 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을 지는 모르지만, 타 사업으로의 확장성이 뛰어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측면을 고려해 기술개발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테크월드(http://www.ep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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